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시터

HOME > 솟대평론 > 시터

장애문인의 시, 동시, 시조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자작나무 숲
소추김진우 조회수:1566 175.210.246.68
2018-03-10 12:56:14

설산은 아무나 발길을 들여놓지 못하는 땅

흰 옷을 입은 자작나무들이 수행을 한다

발톱을 세운 바람이 할퀴고

덜미를 잡아 흔들어도 집중하는 수도자들

천지가 뒤집혀도 개의치 않을 듯하다

 

잠시 구경하는 실바람인 듯, 성지순례 중인 구름인 듯

무심히 눈을 감은 모양새는 나비가 빠져나가 텅 빈 번데기

 

세인이 들어오면 어울리지 않는 곳

혹한의 시험을 통과했을 때 눈이 떠지고

눈이 다 녹으면 떼 묻은 종족들과 허물 많은 발자국도 드러난다

필수과정을 견뎌내지 못하면 머무를 자격이 없다

 

몇 십 년 수련 후 생긴다는 감로수는

정결한 삶을 갈고 닦았단 반증

등산 와서 기어코 흔적을 남긴 사람들

 

군락을 이루고 명상에 잠겨 있는 깊은 산

수행자들의 기도 앞에 끼어든 이들이

잔가지 하나라도 깨끗하다면 괜찮을 텐데

청렴해도 숲속에선 얼룩진 짐승이 된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는 저들

범접 못할 부끄러움은 빠져야 한다

더 이상 머물렀다간 수양에 방해가 되므로 하산이 급선무다

 

세상에선 순백의 정신으로 살 수 없으니

진창에서 흙을 묻히며 뒹굴어볼 수밖에

모두가 똑같은 거죽을 입고 있다가 애벌레처럼 허물만 남긴다

댓글[2]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