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회원메뉴 바로가기 네비게이션 바로가기 분문 바로가기

시터

HOME > 솟대평론 > 시터

장애문인의 시, 동시, 시조 등
(작가 소개 필수)
게시물 검색
늙어가는 식칼
소추김진우 조회수:1334 175.210.246.246
2017-12-21 13:25:29

어머니가 시집올 때 사 온 식칼은

팔순처럼 나이를 먹고 늙어갔다

 

반찬을 도맡아 오며 닳아버린 삶

치아가 듬성듬성 비워진 틈으로

기어 나오는 건 밥알뿐이 아니었다

볼에 저장한 복이 삐져나오면 손으로 밀어 넣기에 바빴던 노인

 

아귀가 맞지 않는 이로는 질긴 야채를 자르지 못 하고

더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땐 시큰거렸다

자식들에게 젊음과 피를 다 쏟고

칼슘이 빠져나가 약해지고 있는 백발

무른 잇몸으론 좋아하던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단골이 많은 대장간 치과에선

금니를 끼우고 회전하는 숫돌에 스케일링을 한다

요란한 기계음에 붉은 치석이 떨어졌고

뼈가 타는 노린내까지 코를 찔렀다

 

세월의 부스러기들은 썩션으로 빨아내고

떼가 벗겨진 상아빛 앞니엔 아가씨의 미소가 재생되었다

 

아버지가 가지런한 치열에 반해 청혼했던

연분홍 청춘은 내가 포근하게 자랐던 요람

이제는 해어진 반짇고리 같은 여생

잇몸이 아물기만 하면 소갈비 푸지게 사와야겠다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