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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한 지 13년 만에 아빠가 되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포기한 듯 하였지만 나는 아니 정확히 아내 김송은 아기를 꼭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시험관 시술을 여덟 차례나 하였다. 일곱 번 실패하고 여덟 번째 성공한 것을 보고 언론에서 7전 8기라고 하였다. 그 유명한 홍수환 선수의 7전 8기 신화에서 나온 말이다.
보통 서너 번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면 포기한다고 하는데 김송은 아기만큼은 포기를 모르는 강한 여자였다. 김송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한편에서는 강원래의 아기가 아닐 거라는 악성 루머도 돌았다.
듣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사실이 아니니 기분 나쁜 일도 아니었다. 드디어 2014년 6월 11일 3.95kg의 아기가 태어났다. 누구를 닮았을까? 갓 태어난 아기 얼굴을 보고 어른들의 주장이 갈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아들 선은 강원래 붕어빵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내 관심사는 우리 아들의 걸음마였다. 2000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걷는 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상이어서 걸음이라는 행위를 별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 걸었는지, 과연 내가 걷기는 하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의 걸음마를 지켜보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선이가 일어섰을 때, 선이가 발걸음을 떼었을 때, 선이가 손을 잡고 걸었을 때, 선이가 혼자서 걸었을 때, 선이가 뛰며 달렸을 때, 그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어느덧 선은 내 휠체어를 밀어준다. 선의 키가 휠체어 높이에도 못 미치지만 쑥쑥 자라 내가 선을 올려다볼 때가 오면 춤추는 모습이 아빠 붕어빵이란 소릴 듣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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