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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18.09_뇌병변 구족화가 ‘사람 냄새’ 붓끝에 담다
emiji 조회수:1033 218.237.242.194
2018-09-30 19:11:00

 

뇌병변 구족화가 ‘사람 냄새’ 붓끝에 담다

 

자립생활 1년 4개월 차 최태웅씨, “그림은 놀이”

솟대문학 시인으로도 활동…“시화전 여는게 꿈”

 

구족화가 최태웅 씨가 작품 연습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위치한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거주하는 최태웅 씨(39세, 뇌병변1급)의 방 한쪽에는 물감들이, 벽면에는 그간 그려왔던 그림과 사진들이 걸려있다.

“더 보여드릴까요?” 침대 밑에서 꺼내온 스케치북 2개에는 최 씨의 그림과 글이 채워져 있다. 그림을 배운 지 1년 2개월, 최 씨는 그림을 ‘놀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80여 개를 완성했다.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 다녔던 누나의 물감이 진짜 많이 부러웠어요. 처음 그림교육을 받기 위해 물감사러 갔을 때 그 생각이 나면서 엄청 울었어요. 물감이 너무너무 빛났거든요.”

어촌 마을에서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연탄가스 사고로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은 최 씨는 15살이 돼서야 글을 깨우치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글을 깨우치고 나니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글로 표현하고 싶어서 17살부터 시를 썼다. 어려서부터 꿈인 화가를 주제로 쓴 시 ‘내가 화가가 된다면’을 시작으로 현재 폐간된 솟대문학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시인에 등단한 태웅 씨.

공부에도 욕심이 많아 특수학교 대신 선택한 검정고시 또한 빠른 속도로 패스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경기도 양평에 있는 시설과 그룹홈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태웅 씨가 거주하는 체험홈 방 안 한쪽에는 물감들이, 벽면에는 그림이 빼곡하다.ⓒ에이블뉴스 태웅 씨가 거주하는 체험홈 방 안 한쪽에는 물감들이, 벽면에는 그림이 빼곡하다.ⓒ에이블뉴스

 

“시설은 안전하고 편해요. 근데 자유가 없어요. 공부도 하고 싶고, 글도 쓰고 싶은데 거기 있으면 하나도 못 해요. 새우깡이 먹고 싶으면 한 달을 기다려야 했거든요.”

자립생활에 목말랐던 그는 1년 4개월 전,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 입주했다. 총 451시간의 활동지원을 받는 그는 활동지원사가 없는 밤 동안 위험하거나 신변처리 등으로 난감한 적이 많지만, 자유를 얻어 즐겁다고 했다. 그 무렵 센터 지도 선생님의 설득으로 그림도 시작했다.

“태웅씨, 미술 해보는 게 어때요?”
“아니! 손도 못 쓰는데 무슨 그림입니까? 장난치는 것도 유분수지, 그림을 어떻게 그립니까!”


성질을 버럭 냈다는 태웅 씨는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일단 교육장을 찾아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손을 못 쓰는 그는 붓을 입에 물고, 선생님이 펼쳐준 스케치북 대신 달력 뒤에다 먹물로 나무를 하나 그렸다.
 

태웅 씨가 초기에 그렸던 작품들.ⓒ에이블뉴스 태웅 씨가 초기에 그렸던 작품들.ⓒ에이블뉴스

 

‘태웅 씨! 붓 터치가 남성미가 흐르네요.’ 뜻밖의 칭찬에 태웅 씨는 정식적으로 그림의 길을 선택했다. “저는 한번 시작하면 지기 싫어해요. 빨리 배우고 싶어서 밥 로스가 가르쳐주는 EBS 그림 프로그램을 천 번 정도 봤어요. 그러고 나서 그림도 닥치는 대로 그린 거죠.”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그림’ 직종에서 금메달을 받은 그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울산에서 개최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구족화가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입상은 못 했지만, 많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미술대회나 전시회에 많이 출품하고 싶거든요.”
 

울산에서 개최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그림 직종에 참가한 최태웅 씨 모습.ⓒ한국장애인고용공단 울산에서 개최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그림 직종에 참가한 최태웅 씨 모습.ⓒ한국장애인고용공단

 

앞서 그는 경인센터가 7월 주최한 ‘선과 색의 향연’ 전시회와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애인문화예술축제의 일환으로 장애인미술협회 ‘Welcome to ART’에 참가, 현장에서 총 200명이 넘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는 인기를 얻었다.

“앞으로는 그림과 시를 많이 그리고 써서 시화전을 열고 싶어요. 또 저 말고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뇌병변장애인은 없다고, 제가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책임감도 있으니 대가가 돼야겠죠.”

나중에 시화전을 하게 되면 내보이겠다는 작품을 태웅 씨가 꺼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에요”라고 소개한 것은 ‘추억의 장소’.
 

최태웅 씨가 가장 아끼는 작품 ‘추억의 장소’.ⓒ에이블뉴스 최태웅 씨가 가장 아끼는 작품 ‘추억의 장소’.ⓒ에이블뉴스

 

어디 있나요?
지금 어디에 있죠?
우리 오늘만을 기다렸잖아요

나만 그런가요? 내 심장은 마치 알람을 맞춰 놓은 시계처럼
오늘이 올 때까지 두근거렸고
지금도 그대 왜 안 오냐고 울고 있네요

빨리 와요
그러다가 고장난 시계처럼
내 심장도 고장 나요

바람도 풀도 나무도 다 그대로고
그들도 그대 기다려요
우리만의 사랑 그리고 추억이 가득한
이 장소로 와요

그리고 그것도 알아요?
바람 풀 나무 그들보다
내가 가장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는걸....

-최태웅作 추억의 장소-


“사람이 없는데 사람 냄새가 나는 그림, 끝없는 땅 두 가지 의미를 가진 land skape 장르에요. 요즘 한국에서는 없어지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이 추억의 장소 작품은 오래전 연인이 묻어둔 타임캡슐에 관한 이야기죠. 앞으로 제가 이 장르에서 대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 3월까지 체험홈에 거주하는 태웅 씨는 앞으로 진정한 자립생활을 위해 임대주택 등을 알아보고 있다. 또 최근 장애인미술협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4등을 수상, 창작지원금도 받아 작품 활동에도 더욱 매진할 예정이다.

 

인터뷰 중인 태웅 씨. “land skape 장르에서 대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에이블뉴스
인터뷰 중인 태웅 씨. “land skape 장르에서 대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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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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