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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에서 도는 하얀 바람꽃
배기웅 | 청해 | 1999
『머리위에서 도는 하얀 바람꽃』은 자유기고가로 활동한 저자의 시 40여 편을 모아 출간한 시집이다.
●구성
1. 바람과 꽃과 시
2. 돌 하나와 그 바람의 파문
3. 내 너에게 하는 말
4. 돌 하나와 그 바람의 파문
●책 속에서
머리위에서 도는 하얀 바람꽃
배기웅
그것은 접시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고궁 감추어진 인적에 때묻지 않은 들
정자와 시내가 아름다운 그 중간 어디쯤에서
활엽수 사이로 난 길을 걷다 아주 작게 핀
작은 꽃 이었으니까요
내 감추어 둔 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술이 작고 노란 꽃잎 그 가녀린 줄기가
아침 이슬에도 버거워 수줍은 고개를 가누고
햇살 비친 정오 실바람 바람에도 수줍어하는 몸짓
그것은 그리 인간의 숲에서 시작하였으니까요
그것은 민들레 홀씨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짝사랑에 수줍어하는 아이처럼
지나던 산 다람쥐 까만 눈길도 양볼 볼키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포근하고 하얀 눈 겨울을 맞으니까요
그것은 신선초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열을 앓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이제야 문득 사무치는 이 향기가
달의 인력으로 일렁이는 파도의 구속이 아닌
코끝 찡하게 묻어나는 당신의 이름이니까요
배기웅
1969년생. 뇌병변장애
1993년 <솟대문학> 추천완료
별세
저서 『머리위에서 도는 하얀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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