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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원규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
emiji 조회수:1135 118.36.214.171
2013-12-27 15:13:00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 
이원규 | 동아일보사 | 2009
이원규     
1960년생. 지체장애
1999년 루게릭병 발병
고려대학교 국문학, 영문학 전공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전공 석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국문학전공 석사 취득
2004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전공으로 박사학위 취득 등 20여 년간 총 7개의 박사학위 취득
1985년부터 2004년까지 고등학교 영어교사
1993년 시인 박재삼의 추천으로 등단 
한국루게릭병연구소와 인터넷 카페 ‘루게릭병 네트워크’를 운영 외  
저서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는 20여 년간을 영어교사로 일하던 저자가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굳어가는 몸을 바라보며 써내려간 병상일지이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눌러 논문을 완성하였고 아픈 몸이지만 절망과 고통보다는 희망과 긍정을 떠올리는 저자의 삶을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구성

제1부 마흔, 흔들림의 시작
제2부 이인삼각 경기
제3부 아름다운 방황
제4부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제5부 강철로 된 무지개

●책 속에서

그해 12월 20일 오후 2시 40분경이었다. 집 근처 풍납동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 원내약국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방금 약국에서 받은 약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약들은 먼저와 다름없이 몇몇 비타민제와 ‘리루텍(Rilutek)’이라는 하얀 알약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루텍을 예전과 달리 종이로 된 갑 속에 들어 있는 채로 받았다. 나는 그 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다가 무심코 안에 들어 있는 설명서를 꺼내 읽어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약은 수년 내에 사망하는 ALS 환자에게 수명 연장이나 기관절개를 늦춰주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인정한 유일한 약으로…….’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수년 내에 사망’은 뭐고, 또 ‘ALS’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방금 전 신경과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은 먼젓번 찍은 머리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사진에는 별 이상이 없다며 다른 말씀은 없지 않았는가. 나는 몹시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 글을 읽고 또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그해 8월 서울대병원 신경과에 가서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부터 나는 내 몸의 병명도 모른 채 의사가 처방해준 이 약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의사선생님은 빨리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내가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이렇게 건강한 내가 그럴 리가 없지!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그러고는 집과 병원 사이에 있는 성내천 제방 둑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성내천에는 초겨울 찬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었고 두 손을 바바리코트 호주머니 안에 깊게 넣은 나는 흐르는 콧물을 닦으려 손을 꺼내는 것조차 귀찮아 연신 콧물을 훌쩍거리며 걸었다. 그날만큼 그 둑길이 그렇게 길고 아득하게 느껴진 적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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