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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세상
조임숙 | 영하 | 1996
『손끝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세상』은 시각장애를 지닌 저자가 손끝으로 느껴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 시집으로 1991년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구성
1부 피복된 애로스
2부 세월을 염색하면서
3부 아직도 소녀의 향취가
4부 파초된 꿈속에서도
●책 속에서
갓바위에서
조임숙
포근한 감촉에 지친 발을 풀어 가며 산을 오른다
불빛 때문에 잊고 살았던 달은
그 사람처럼 서정을 퍼 올리며 따라오고
푸르러서 울어버리고 싶은 밤
소쩍새도 5월을 앓고 있는 것일까
산꼭대기까지 길을 넓혔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가로등만이 굽이돌아 가는 길을 밝혀 줄 뿐
도시를 비우고 온 새들은 가슴을 열며
이야기들을 피워냈다
숱한 사람들이 홀리고 간 사바의 흔적을 지우던
보살도 잠이 든 밤
‘한번만 거두어 달라’는 저 남성의 기도는 촛불같이 뜨거운데
부처님은 말이 없고
아름다운 밤을 지키는 풍경 소리만
향기처럼 흩어진다
산내음에 취한 탓일까
인적이 끊어진 산 위에 차가운 바람이 일어도
잔을 부딪히며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 살리라’한다
조임숙
1952년생. 시각장애
1991년 <문학공간> 추천 외
저서 『손끝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세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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