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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허용호
'e美지'에는 항상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자신을 감동시킨 장애예술인을 소개하는 열혈 독자들이 많다.
새해 벽두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사자 가운데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다는 속보가 카톡으로 와서 검색해 보니 정말 멋진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허용호 (50세) 작가이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은 288편이 접수되어 최종심에 5편이 올라 허용호 동화 '비밀이 사는 아파트'가 당선작으로 결정된 것은 오로지 작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심사평>
비밀의 속성을 흥미로운 발상으로 이끌어 내어 읽는 즐거움을 줬다. 사소하고 심각한 비밀의 대비와 어울림이 자연스러워 교훈이 결말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음에도 유쾌한 분위기와 진지한 주제를 아우르는 데 성공했다. 부디 큰 작가로 성장하기를 빈다.
Q: 심사평에 더 보태고 싶은 말은.
당선 소식을 듣고 사실 심사평이 걱정이었습니다. 급하게 쓴 글이라 문장이 서툰 점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흥미로운 발상이라는 심사평에 힘입어 앞으로 더 많은 구상을 해 볼 생각입니다.
Q: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던데 문학보다는 미술이 더 친숙할 것 같다.
당연히 미술이 친숙합니다. 미술은 깊이 들어가 보았으니까요. 미술은 자신을 표현함에 추상 적이라면 문학은 직접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순간의 통찰을 기록하는 면에서 문학은 가장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문학은 초보에 불과합니다.
<당선소감>
나의 글쓰기는 일상의 기록입니다.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나를 돌아봅니다. 교만하지 않은지, 나로 인해 누가 아프지는 않은지, 잘못된 길을 가는 건 아닌지 글로 옮기면 나와의 약속이 돼 버립니다. 동화는 이런 글쓰기의 연장입니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점점 깊이 들어가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집니다.
Q: 왜 글을 쓰게 됐는지는 당선 소감에 잘 나타나는데… 반성을 위해 글을 쓰는 건가.
반성이라기보다는 통찰입니다. 그래서 짧은 수필 형식의 글이 많습니다. 그 글들을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Q: 문화센터 동화창작 프로그램은 오프라인 교육인데 통학은 어떻게 해결하였는가.
제가 운전을 합니다. 이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론 위주가 아닌 매주 과제를 통해 실제 글을 쓰는 동기를 부여하고, 강평을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수정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갔으니까요.
아무리 열심히 써 가도 강평에 들어가면 지적을 면할 수 없습니다.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을땐 표정관리가 안 되기도 했었죠. 차갑게 느껴져서 다가가기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친해지면 한없이 따뜻한 성격입니다.
Q: 매주 한 편씩 과제로 쓴 동화 가운데 '비밀이 사는 아파트'도 있었나.
네, 과제로 쓴 것입니다. 과제는 항상 수업 전날 밤에야 완성이 되는데 마침 그날이 신춘문예 마감이었습니다. 그래서 강평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원고를 보냈기 때문에 당선될 것이 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Q: 응모를 하기 위해 정성껏 작품을 다듬었을 텐데 역점을 둔 것은 문장인가? 구성인가?
문장이든 구성이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습 니다.
Q: 주인공 화영이 작가 자신이라고 생각되는데.
맞습니다. 화영은 23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척수장애인이 된 것으로 설정하였지만 저는 행글라이더를 타다가 다쳤습니다. 대학 시절 행글라이더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는데 하늘을 난다는 것에 묘한 쾌감이 있었죠.
그러다 군에 입대하게 되어 한동안 행글라이더를 잊고 있다가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와서 행글라이더를 타다가 낙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Q: 중도장애인들이 겪게 되는 과정인 분노에서 수용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명상을 알게 되었는데 마음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명상을 합니다.
저는 1967년 함양 에서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대학은 부산에서 다녔고, 포항에서 부모님과 살다가 2년 전에 독립을 하였습니다.
장애인복지에서는 그것을 자립생활 이라고 하죠. 하지만 아직 경제적인 자립이 이루 어지지 않았으니 그냥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죠.
Q: 현재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인데 미술치료를 택한 이유는.
저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내 시간과 내 일이 전부였습니다. 다치고 난 후 주위를 살펴 보니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고통을 갖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고통을 치유해 주는 남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뒤늦게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도 내 삶에 대한 투자입니다.
Q: 글과 그림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글에 맞는 그림을 직접 그릴 수 있어서 행복입니다.
Q: 작품에서 주인공 화영이 자유가 기다리고 있어서 신난다고 끝을 맺었던데, 작가가 찾은 자유는 무엇인지.
어차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몸이 있는 한은 묶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는 내면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더 궁극적인 자유는 영적인 자유입니다.
Q: 아직도 밝히지 못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야한 생각을 가끔 한다는 정도일까요.
Q: 장애인문학이란 장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애인문학, 장애인예술은 가능한 범주를 넓히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장애인예술은 장애예술인의 창작뿐만이 아니라 장애 관련 예술 활동까지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얼떨결에 동화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재미있습니다. 이제부터 생활이 동화가 되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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